1. 12살의 가장, 자인
레바논에 있는 작은 도시의 가버나움의 빈민촌에 살고 있는 12살 자인은 경제 능력이 없으면서 자식을 계속해서 낳고 있는 부모의 방임과 학대에 노출되어 힘겹게 살아갑니다. 자인은 가짜 처방전으로 구한 마약성 진통제를 이용해 만든 마약 음료를 길거리에 나가 팔면서 겨우 돈을 벌어 가족을 연명하게 하는 가장이나 다름없고, 학교 교육은커녕 기본적인 의식주 환경조차 제대로 된 것이 없는 가정에서 부모에게 학대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자인은 연년생 동생 사하르와 대화가 잘 통해 그나마 의지하는 남매 사이였는데, 어느 날 부모가 사하르가 자라기만을 기다리며 눈독을 들이던 집주인 아사드에게 팔아버리듯 강제로 결혼을 시키는 것을 보고 집과 부모에게 환멸을 느껴 가출하게 됩니다. 12살 어린 나이지만 평소에도 더 어려서부터 밖에 나가 먹고사는 법을 스스로 터득해야 했기 때문인지 가출해서 혼자 지내며 스스로 돈을 벌며 살아가는 것쯤은 자인에게 식은 죽 먹기입니다. 그렇게 바깥 생활을 하던 중 에티오피아 출신 외국인 노동자인 라힐을 만나게 되는데 어린 아기를 혼자 키우는 미혼모라서 그런지 라힐은 자인을 자신의 판잣집에 함께 살게 해 줍니다. 아마도 자인이 지금껏 살면서 처음 받아본 어른의 친절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동생들을 잘 돌본 경험이 있는 자인은 라힐이 일하러 갈 때 라힐의 아들 요나스를 돌봐주며 함께 지낼 수 있게 해 준 보답을 합니다.
2. 사는 게 개똥 같아요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에게 시련이 찾아옵니다. 불법체류자였던 라힐이 가지고 있는 가짜 체류증의 기한이 만료되자 새 체류증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경찰에 체포되고 만 것입니다. 라힐이 체포된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행방불명 되었으니 영문도 모른 채 요나스를 데리고 다니며 돌보던 자인은 더욱더 생활이 위태로워집니다. 급기야 요나스를 좋은 집에 입양 보내주겠다는 주위 어른들의 꼬드김에 아이가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보내줍니다. 그리고 자신도 다른 나라로의 이민을 꿈꾸고 서류를 준비하러 집에 잠시 갔다가 동생 사하르가 죽었다는 끔찍한 사실을 알게 됩니다. 사하르가 죽은 이유가 너무 어린 나이에 한 임신 때문이었고,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탓에 어떤 치료도 받아보지 못한 채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자인은 그 길로 곧장 칼을 들고 달려 나가 사하르를 죽게 만든 아사드를 찔러 버립니다. 다행히 죽지 않았지만 자인은 소년감옥에 구금되고 맙니다. 구금된 자인을 찾아온 엄마는 사하르는 어쩔 수 없다면서 새로 생긴 동생이 배 속에 있다는 소식을 전하는데, 이 말을 들은 자인은 망연자실하며 "엄마의 말이 칼처럼 제 심장을 찌르네요"라는 말합니다. 자인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면서 자인에게 전화 연결로 라디오 인터뷰를 할 기회가 생겼고, 생방송 중 자인은 부모를 고소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정말 법정에 서서 마음대로 자신을 태어나게 한 부모를 고소하겠다고 말합니다. 변호사와 면담을 하면서 자인은 자신의 인생은 개똥과도 같다며 신발보다 더럽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절망이 보였습니다.
3.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
영화에서 자인의 변호사 역할을 연기하기도 한 나딘 라바키 감독은 주연 배우들을 길거리에서 실제 난민, 노숙자, 불법체류자들을 섭외했습니다. 주인공 자인과 조연 메이소운은 시리아 난민이고, 요나스는 케냐와 나이지리아 출신 불법체류자의 딸이고, 사하르와 라힐은 길거리 노숙자였습니다. 영화 촬영 중에 배우들이 체포되기도 하는 등 많은 악조건 속에서 영화가 만들어졌습니다. 체포된 배우들은 영화관계자의 도움으로 석방되어 추방되기 전에 촬영을 마무리했다고 합니다. 영화가 만들어진 이후 배우들은 유엔의 도움을 받게 되어 각자 적합한 나라에 정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가 칸 영화제에 나가게 되고 배우들 대부분도 초청되었으나 이들 대다수가 영화 속에서처럼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았기에 영화제 참석이 어려울 뻔했으나 일주일 전 극적으로 서류등록이 완료되어 신분증이 발급되면서 영화제에 참석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에 나는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자인이 활짝 웃는 장면이 한 번 나오는데 바로 모든 일이 끝나고 처음으로 신분증을 만들기 위해 사진기 앞에 섰을 때입니다. 12년 만에 다시 태어난 자인의 인생이 앞으로는 웃음으로 가득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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