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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벼랑 위의 포뇨 - 모두 반해버린 사랑스러운 소녀

by 후추갈갈 2023.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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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타이틀을 직접 그린 한국 개봉 용 포스터

 

 

1. 일본 판 인어공주 '포뇨'의 기획 배경

영화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를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포뇨를 만드는 도중에 인어공주 이야기와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포뇨라는 가상의 소녀에 대한 발상 자체는 거슬러 올라가면 '인어공주' 인지도 모른다고 대답했습니다. 

영화의 기획은 히로시마현에 있는 후쿠야마시의 한 마을에서 자신들이 사는 곳을 무대로 한 영화를 만들어달라는 요청 지브리 직원들이 그곳으로 워크숍을 가면서 시작됐습니다. 도쿄로 돌아온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그곳이 마음에 들었는지 다음 해 봄부터 그 지역에 두 달간 머무르며 산책하고 바다를 바라보고 밥을 지어먹고 그림을 그리는 등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고 돌아옵니다. 자연스레 바다에서 온다는 설정의 주인공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짜고 영화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영화의 한국 개봉 당시 손으로 그린 듯한 영화 제목을 얹은 포스터는 미야자기 하야오 감독이 한국어 영화 제목을 구해 직접 따라 그려서 만든 특별한 작품이라는 사실은 감독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 입니다. 

 

 

2. 호기심 많은 물고기 소녀의 탈출기 

사실 포뇨의 이름은 브륀힐데입니다. 아버지 후지모토와 어머니인 바다의 여신 그랑 맘마레의 첫째 딸이기도 한 포뇨는 마법사의 피를 이어 받았기 때문에 마법을 쓸 줄 알고, 아기의 생각도 읽을 줄 아는 마치 초능력자 같은 캐릭터입니다. 바깥세상이 너무 궁금한 나머지 아버지 몰래 해파리 떼의 도움을 받아 수면 위로 올라갔다가 유리병에 얼굴이 낀 상태로 소스케에게 발견됩니다. 포뇨를 죽거나 죽기 직전의 금붕어로 생각한 소스케가 유리병을 깨느라 손을 베어 떨어진 피 한 방울을 핥으며 깨어난 덕분에 포뇨는 몸의 크기가 커지고 손과 발이 생기더니 완전한 사람의 모습을 갖게 되면서 소스케의 집에 함께 가게 됩니다.

 

소스케는 요양 시설에서 일하는 어머니와 함께 사는 다섯 살 소년으로 포뇨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포뇨를 데리고 엄마가 일하는 요양 시설도 가고 유치원도 가면서 즐거운 생활을 합니다. 샌드위치 속 햄이나, 라면 위 고기만 쏙 빼먹고 행복해 하는 포뇨와 소스케는 금방 둘도 없는 친구가 되지만, 뒤늦게 딸이 육지로 올라가 사람의 모습으로 변한 모습을 확인한 포뇨의 아버지 후지모토에 의해 다시 바닷속 집으로 데려가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립니다. 하지만 이미 햄 맛을 알아버린 후, 게다가 새 친구 소스케를 향한 마음을 멈출 수 없던 포뇨는 스스로 인간으로 진화해 동생들을 총 동원해 육지로 나갑니다. 그 과정에서 바닷속은 거대한 파도가 일어나고 마을은 큰 태풍을 맞이하게 됩니다. 태풍 속에 다시 만난 소스케와 포뇨는 소스케 엄마 리사의 보살핌을 받으며 맛있는 밥도 다시 함께 먹으며 즐거워합니다. 리사는 명랑하고 밝은 성격에 요양 시설의 노인들과 갑자기 방문한 손님인 포뇨에게도 자상할 뿐만 아니라 섬 마을 길을 거침없이 운전하는 와일드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소스케와 포뇨의 든든한 어른으로 등장합니다. 바다에 갔다가 소스케를 찾아 되돌아온 포뇨를 리사는 자기 자식처럼 챙겨주는데 포뇨가 바닷속에서는 거의 느낄 수 없었던 모성애를 느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벼랑 위의 포뇨' - 입맞춤으로 비로소 인간이 된 포뇨

 

3. 모두가 반해버린 사랑스러운 소녀  

작은 바닷가 마을의 해일이나 태풍은 현실에서는(특히나 일본에서는 더욱 더) 너무나 무서운 자연재해이지만 어쩐지 만화 속에서는 이쯤이야 내 삶에 아무런 영향도 없다는 듯 평화로운 모습들입니다. 판타지 적인 성격의 만화영화이기 때문에 양로원 어르신들이 걱정이나 슬픔 없이 즐겁게 대피하는 모습이나 물에 잠겼지만 포뇨의 엄마가 바닷속에 만들어 놓은 보호막 안에서 즐겁게 파티하고 있는 모습들을 보여 줍니다. 급기야 바다 밖에서는 홍수로 잠긴 마을에 유유히 배 타고 나와 소풍 중인 가족도 있는데 후에 일본 내에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나에게는 그저 재미있는 일들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게다가 바다의 여신 포뇨의 엄마는 유난스럽게 포뇨를 걱정하는 남편에게 포뇨를 원하는 대로 인간으로 살게 해 주자고 설득하는 부분도 꽤나 신선한 부분이었습니다. 후에 날씨가 좋아짐에 따라 모두가 무사히 물 밖으로 나왔을 때 포뇨와 소스케의 입맞춤으로 포뇨가 마침내 진짜 인간이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이 만화는 명랑하고 귀여운 동화 속 이야기입니다만, 인간과 자연의 공존에 대한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야기에서 포뇨의 아버지 후지모토는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이 싫어 바닷속에 사는 것을 선택한 인물이고, 마침 그의 딸이 육지에 처음 올라왔을 때는 아마도 인간에 의해 버려진 유리병으로 인해 위험에 처했습니다. 또한 바닷속 포뇨의 가족들이 육지로 이동하니 인간의 마을에는 대홍수가 일어나게 되는 등 자연과 인간이 연결 돼 있음을 보여주려 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에겐 순수한 마음으로 즐거운 이야기를, 어른들에겐 한번 쯤 자연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이야기가 잘 어우러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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