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의 내용 - 왜 핀란드였을까?
영화를 두 번 이상 본 것 같은데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인지는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소소하지만 따뜻한 일상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는 게 특징인 오기나미 나오코 감독의 지극히 일본 스러운 영화이고, 좋아하는 영화라서 블로그에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조금 생뚱맞지만 핀란드 헬싱키에 위치한 조그만 일식집 카모메 식당을 배경으로 한 소소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영화입니다. 갈매기를 뜻하는 '카모메'를 식당 이름으로 선정한 것은 영화의 배경이 된 핀란드 헬싱키에 갈매기가 많아서라고 합니다. 어찌 됐든 이곳에 카모메 식당이 문을 연 것도 어느덧 한 달이 되었지만 웬일인지 밖에서 구경하는 사람은 있어도 들어오는 손님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익숙지 않은 일식집에 게다가 일본 가정식 주먹밥을 주 메뉴로 팔면서 식당 주인은 작은 체구의 동양인 여성이기 때문인 듯합니다. 심지어 밖에서 구경하던 핀란드 사람들의 대화를 들어보니 손님이 없는 식당에 대한 걱정이었습니다.
한 달 동안의 성실함에 감동을 한 것인지 그날도 손님은 없지만 꿋꿋이 문 열고 있는 사치에의 카모메 식당에 드디어 손님이 찾아오는데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핀란드 청년이었습니다. 일본어로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묻고 진지하게 함께 고민하는 등 두 사람은 친해졌고 첫 손님인 만큼 커피도 무료로 제공합니다. 핀란드 청년 토미가 궁금해하던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떠올리기 위해 사치에는 서점을 찾아가는데 거기에서 또 다른 인물을 만나는데 일본인 미도리 였습니다. 사치에와는 사뭇 다른 덩치가 큰 이미지인 미도리는 지도 앞에서 눈을 감고 찍은 곳이 헬싱키였기 때문에 이곳에 왔다는 특이한 사람 었는데 후에 사치에의 식당 일을 도우며 헬싱키에 당분간 머무르게 됩니다. 손님도 없는 식당에 직원까지 두다니 관객 입장에서 조금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재밌는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대감이 들기도 합니다.
2. 하기 싫은 일을 안 할 뿐이에요
미도리는 사치에에게 핀란드에 식당을 연 이유를 묻습니다. 사치에는 핀란드 하면 연어가 떠오르고 일본인도 연어구이를 좋아하니까 입맛이 비슷하지 않겠냐는 다소 황당한 대답을 합니다. 사치에의 대사 중에 "소박해도 맛있는 음식을 여기선 왠지 알아줄 것 같다"라는 내용이 나오는 것으로 봐서 사치에 또한 어딘가에서 (아마도 일본) 알아주지 않는 답답함과 허기를 느끼고 떠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아픔이 있든 같은 일본인들의 눈에는 멀리 이곳까지 자유롭게 떠나와 비록 손님이 없는 식당이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치에가 부러워 보였을 것입니다. 이에 대한 대답으로 사치에는 "하기 싫은 일을 안 할 뿐이에요" 라고 대답 합니다. 이 말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부터 기억에 남는 말 입니다. 간한다고 쉬워 보이지만 정말 어려운 것 이라는 걸 모두 알고 있을 것 입니다.
두 사람은 커피 맛을 좋아지게 하기 위해 손님으로 왔던 남자가 알려준 커피가 맛있어지는 주문을 걸기도 하고, 일본식 주먹밥에 핀란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속재료들을 넣어보기도 하는 등 메뉴에 대한 연구를 멈추지 않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정통 일본식 주먹밥으로 메뉴를 고정시킵니다. 어느 날 만든 시나몬 롤의 냄새가 드디어 핀란드 인들의 발걸음을 사치에의 카모메 식당으로 이끌었습니다. 비록 일본식 주먹밥이 아니라 시나몬 롤과 커피 향으로 손님을 이끈 것이지만 그래도 정말 뿌듯한 두 사람입니다. 여기서 또 다른 일본인 마사코가 등장합니다. 이쯤 되면 배경이 되는 장소만 핀란드 헬싱키이고 우연히 만나게 된 일본인들이 서로의 아픔을 그저 들어주고 위로해 주는 영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3. 만약 내일 세상이 끝나면 마지막으로 뭘 할 거예요?
사치에는 영화에서 식당에서 요리도 열심히 하지만 근무 외 시간에는 여러 가지 운동들을 참 열심히 합니다. 합기도의 기본기로 보이는 맨 몸 운동부터 누가 봐도 올바른 자세로 수영하는 모습들이 이따금씩 나옵니다. 이 모습에서 아주 열정적이거나 활력 있는 면이 보이는 건 아니지만 유유히, 빠르지 않게 자신의 속도로 단단히 나아가는 모습에서 사치에라는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예를 들면 식당 문을 연지 한 달이 지나도 손님이 찾아오지 않는 상황) 중심을 지키는 걸음걸음은 참 멋지다고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어느덧 사치에의 식당은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물론 손님들도 많지만 주방 안쪽에서 함께 음식을 준비하는 그녀의 사람들이 있기에 사치에의 카모메 식당이 완성된 것입니다. 영화 중간중간 사치에는 헬싱키에서 처음 만난 일본인 미도리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데 문득 만약 내일 세상이 끝나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게 뭔지 질문을 던집니다. 사치에 본인은 좋은 재료를 써서 맛있는 걸 잔뜩 만들고 좋은 사람만 초대해서 술도 한 잔 하면서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겠다는 대답을 합니다. 이에 미도리는 초대를 약속받습니다.
나도 만약 세상이 끝나는 날을 미리 알게 된다면 전 날 저녁 사치에의 부엌에 꼭 예약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영화 리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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