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본 원작의 따뜻한 힐링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이미 많은 마니아층을 가지고 있는 같은 이름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일본에서도 이미 영화로 만들어진 리틀 포레스트는 두 나라의 영화 포스터나 스틸 사진만 봐도 따뜻하고 마음이 치유되는 듯한 느낌입니다. 나 또한 일본 작품을 먼저 보았고 그 특유의 감성과 분위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한국에서 리메이크된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쁘게 기다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한국적으로 풀어낸 리틀 포레스트도 원작 못지않게 재미있었고 좋아하는 영화 목록에 항상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리틀 포레스트의 임순례 감독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소재가 주를 이루는 요즘, 관객들에게 편안하고 기분 좋은 휴식 같은 영화를 선물하고 싶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영화는 한국의 사계절을 아름답게 담아내기 위해 실제 사계절 동안 영화 속 요리 재료인 고추, 감자, 토마토, 벼까지 스탭들과 직접 심어 농사를 지어가며 공들여 촬영을 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생동감 있는 자연의 모습들이 고스란히 영화 속에서 아름답게 보여졌고 많은 관객들에게 힐링영화라는 찬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2. 잠시 쉬어가도, 달라도, 평범해도 괜찮아.
어릴 적 엄마와 함께 아픈 아빠의 요양을 위해 고향으로 내려왔다가 고등학교를 마치고 도시로 떠났던 주인공 혜원이 한 겨울 고향집으로 내려오면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도시에서의 치열했던 하루하루와는 달리 고향집은 평온하기만 합니다. 엄마가 말도 없이 떠난 뒤 상처만 남았던 집에서 혜원은 아이러니하게도 엄마가 해줬던 따뜻한 음식들을 떠올리며 직접 밥을 지어먹으며 사계절을 보내기에 이릅니다.
도시에서의 혜원은 실패자일 수도 있겠습니다. 편의점 알바하며 임용시험을 준비했고 선생님이 되길 희망했지만 함께 시험을 준비하던 남자친구만 합격했기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아무 계획 없이 도망치듯 떠나왔기 때문입니다. 반복되는 시험과 어긋나기만 하는 연애, 취업 스트레스는 현대사회의 젊은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이 되는 소재이기에 몰입감이 높았습니다. 편의점의 폐기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곤 하던 혜원이 고향집에서 눈 속에 파묻혀 있던 배추로 국을 끓여 먹고, 농작물들을 심고 키우기 시작하며 계절을 살아낼 준비를 합니다. 직접 키운 작물들은 제철 밥상이 되어 혜원의 마음을 덥혀 줍니다. 엄마의 레시피로 지어먹는 따뜻한 식사는 마치 엄마와 함께 하는 것처럼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고향에 남아있던 오랜 친구들과 정서적으로 교류하며 혜원은 차츰 마음을 치유해 갑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음식들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것을 맛있게 먹는 혜원과 친구들의 모습에서 그 행복감이 나에게도 전달되는 듯 했습니다.
3. 혜원과 엄마를 응원하는 마음
영화를 보면서 인상 깊었던 건 혜원의 엄마였습니다. 혜원의 엄마는 남편이 죽은 뒤에도 시골에 남았던 이유에 대해 딸 혜원이 힘들 때 이곳을 떠올리며 힘을 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곳에 나무를 심듯 심었다라는 표현을 합니다. 도시에서 지칠대로 지친 혜원이 이끌리듯 다시 돌아오게 된건 이런 엄마의 마음이 꼭 들어 맞았기 때문일 것이며, 그것은 어쩌면 혜원의 엄마 본인에게도 그런 곳이 간절히 필요했던 순간이 꽤 많았기 때문이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그녀는 딸이 성인이 되기 얼마 전에 홀연히 집을 떠났고, 어디로 갔는지 왜 떠났는지 알 수 없지만 본인의 역할을 다 하고 자기가 심어졌던 곳으로 돌아간게 아닐까요? 딸을 버린 엄마가 아닌 건강하고 큰 나무같은 사람이 되어 다시 집으로 돌아올 것만 같습니다. 영화 중반부에는 혜원이 집에 돌아와 있는 걸 다 알고 있다는 듯 혜원이 성인이 되면 알려주겠다던 감자빵 레시피를 편지로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사계절을 오롯이 씩씩하게 보낸 혜원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지만 더 이상 혜원은 1년 전 이 곳에 왔던 혜원이 아닙니다. 올 겨울에는 그 집에서 다시 엄마와 만나 맛있는 밥을 함께 먹길 바랍니다.
4. 나의 유년기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
혜원의 엄마가 어린 혜원을 그곳에 심었다,라는 표현을 했을 때 나는 나의 유년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나 또한 어린 시절에 한적하고 작은 시골 마을에서 자랐는데 지금도 그곳에 가면 그때와 똑같은 마을에 산과 들이 있고 나를 반겨주시는 할머니가 계신다는 사실 만으로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곤 합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이런 내 안의 튼튼한 뿌리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주었고 이 리뷰를 적는 지금은 또 새로운 봄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때라는 것도 떠올려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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