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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플로리다 프로젝트, 디즈니월드보다 신나는 세계

by 후추갈갈 2023.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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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포스터

 

1. 플로리다 프로젝트 이름의 배경

영화의 배경이 되는 올랜도는 월트 디즈니 월드가 위치한 세계 최대의 테마 파크 도시입니다. 1965년 월트와 로이 디즈니는 플로리다의 주지사인 헤이던 번스와 함께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발표합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라 이름을 붙이고 월트가 플로리다주의 올랜드 부동산을 대량으로 매입했는데, 그 당시만 해도 그 땅으로 정확히 무엇을 할지는 월트 자신도 확실하게 말하지 못했지만 캘리포니아의 디즈니랜드와는 차별화가 되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그 후 '디즈니월드'라는 프로젝트로 불리면서 지금은 세계 최대규모의 월트디즈니월드가 되었습니다. 디즈니월드가 들어서면서 그 주변에도 온갖 상점과 가족단위 투숙객을 겨냥해 알록달록한 외관의 저렴한 모텔들도 생겨났지만, 2008년 경기침체 이후 상권이 죽으면서 빈 모텔들은 집이 없는 빈곤층들이 월세나 주 단위로 장기투숙을 하는 임시거주지가 되었습니다.

전 세계적인 공황을 불러일으켰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살던 집에서 쫓겨나 거리로 내몰리고, 관광객들이 기피하는 올랜도의 노후한 모텔 시설에 머물 곳 없는 사람들이 대신 몰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또한 특정한 거주지 없이 모텔을 떠돌며 살아가는 일용직 노숙자인 '히든 홈리스'를 지원하기 위해 내놓은 지원금 정책의 이름도 바로 '플로리다 프로젝트'였습니다.

 

2. 줄거리 - 디즈니월드보다 신나는 세계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조숙한 여섯 살 소녀 무니와 그녀의 천방지축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의 여름은 놀라움과 장난스러운 모험으로 가득 차 있지만, 어른들은 힘겨운 시간을 보냅니다. 이 이야기는 월트 디즈니 월드가 위치한, 그래서 ‘지구상에서 가장 마법과 같은 곳’이라 불리는 전 세계적인 휴양지 올랜도 외곽에서 펼쳐집니다. 무니와 그녀의 스물두 살 엄마 핼리는 ‘매직 캐슬’이라는 이름의 모텔에서 살고 있습니다. 종종 무니의 놀림거리가 되기도 하는 모텔의 매니저 바비는 무니가 아빠처럼 친근하게 느끼는 사람이면서 신중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듬직한 캐릭터로 영화를 보는 내내 위태로운 아이들을 진심으로 생각하고 지켜주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어느 여름, 근처의 또 다른 모텔 '퓨처 랜드'에 무니 또래의 소녀 젠시가 이사를 오면서 무니와 젠시가 함께 보내는 여름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어느 날 무니가 데려간 들에 쓰러진 나무 앞에서 나눈 둘의 대화가 기억에 남습니다. 쓰러져도 계속 자라나는 그 나무를 제일 좋아한다고 젠시에게 소개해주며 둘의 우정은 깊어 갑니다. 이 밖에도 무니는 친구들과 함께 몰려다니며 행인들에게 구걸해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폐건물에 들어가 사람들이 버리고  물건들을 부수며 놀고, 어느 날은 폐콘도에 불까지 지르고 맙니다.

무니의 엄마 핼리는 모텔비를 벌기위해 자신의 물건을 내다 팔고, 길거리에서 관광객들에게 향수를 팔기도 하고 친구가 일하는 식당에서 파이를 얻어 끼니를 떼우며 근근히 살면서도 무니에겐하나밖에 없는, 계속 같이 살고 싶은 엄마입니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속 올랜도의 악동들

 

3. 나의 감상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당시 미국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독립 영화 감독 명인 베이커가 연출했으며, 영화 배경 그대로 비현실적인 느낌의 공간에서 살아가는 미국 빈민층의 현실을 어린이의 시선으로 보여주는 현실적인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우리에겐 사실 익숙하지 않은 20 초반의 어린 미혼모, 모텔의 장기투숙 생활 등이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법의 테두리 밖에 있었기에 복지 혜택도 받을 수 없었던 핼리가 삶의 가장 낭떠러지에 몰려 무니와 함께 살기 위해 불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되어서야 법은 그들에게 적용될 수 있었습니다. 함께 하기 위해 했던 노력으로 둘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온 것입니다. 여기서 나는 무니에겐 핼리와 함께하는 것이 행복일까, 복지의 혜택을 받으며 안전하게 사는 것이 행복일까 생각해 봅니다. 영화는 이러한 이야기를 정답을 제시하듯 결론내기보다는 현실을 직접 보여주면서 관객들에게 더 좋은 세상을 위한 고민하기를 권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 영화로 무니역을 맡은 브루클린 프린스는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후 같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자고 말하며,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은 무니와 핼리가 있으며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귀여우면서도 야무진 수상소감을 말했다고 합니다.

보고 난 후 계속 여운이 남는 영화입니다. 나 또한 세상의 많은 무니와 핼리가 행복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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